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청문에서의 통역 제공

by rion2025 2025. 7. 14.

행정청이 국민에게 불리한 처분을 하기 전 의견을 듣는 ‘청문’은, 적법절차와 권리 보호를 위한 핵심 제도입니다. 외국인이나 청각장애인 등 언어장벽이 있는 당사자에게는 통역의 제공이 필수적입니다. 본 글에서는 청문에서 통역 제공의 법적 의무, 외국인 등 대상자 보호 기준, 그리고 실효성 확보 방안을 살펴봅니다.

청문에서의 절차보장과 통역 필요성

청문은 당사자의 의견을 직접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로, 행정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입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경우, 통역이나 수화통역 제공은 헌법상 보장된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행정절차법 제27조는 청문 시 당사자의 진술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 따라 청문은 단순한 형식이 아닌 실질적 권리 행사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외국인이거나 청각장애, 언어소통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통역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청문 자체가 형식적으로 끝나 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행정절차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며, 처분의 위법성 사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외국인 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 제한 처분이나 강제퇴거명령을 내리는 과정에서 청문이 실시된다면, 본인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실질적 진술권이 침해된 것입니다.

또한, 이런 경우 청문에서의 통역 미제공은 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청문에서의 진술권 보장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통역 미제공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외국인 및 취약계층 보호와 통역 제공의 법적 근거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 언어소통에 제한이 있는 청문 대상자에 대한 보호는 국제인권규범과 국내법에 모두 명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 「국가인권위원회법」, 그리고 「국제인권규약」은 모두 행정 절차상 평등한 참여와 소통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나 출입국·외국인청 등에서 시행하는 외국인 대상 청문에서도 통역 제공은 필수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진술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편의 제공’이 아니라, 법률상 당사자의 권리 보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실무적으로는 통역 인력의 확보와 배정이 핵심입니다. 청문 전에 통역이 필요한지 여부를 사전 조사해야 하며, 외국어뿐 아니라 수화통역, 점자자료 등도 준비되어야 합니다. 청문 공고나 사전통지 단계에서 “통역 제공이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를 포함시키는 것도 권리 보장의 출발점입니다.

또한 통역인의 자격도 중요합니다. 일반인 통역이 아니라, 일정한 법률 용어나 절차를 이해할 수 있는 통역인이 배정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권리 보장이 실현됩니다. 일부 기관에서는 통역앱이나 AI 번역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행정청의 재량과 법적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통역 제공의 실효성 확보 방안

청문에서 통역이 제공되더라도, 그 품질이나 실행 방식이 미흡하다면 실효성은 확보되기 어렵습니다. 실효성 있는 통역 제공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첫째, 통역의 사전 배정과 현장 적응 훈련입니다. 통역인은 청문 주제, 대상자 배경, 관련 법령 등을 사전에 숙지할 수 있어야 하며, 청문 전 담당 공무원과의 간단한 사전 브리핑도 필요합니다. 이로 인해 통역의 정확성과 적시성이 높아집니다.

둘째, 당사자의 이해도 확인입니다. 통역이 제공됐다고 해도 당사자가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청문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청문 후 “당사자의 이해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하고, 필요시 내용을 다시 설명하는 유연한 운영이 필요합니다.

셋째, 통역 내용의 기록과 관리입니다. 모든 청문은 녹음·녹화 또는 기록으로 남겨져야 하며, 통역된 내용도 함께 보존되어야 합니다. 이는 향후 행정소송이나 진정 절차에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진술의 왜곡이나 오역이 문제될 경우, 통역의 적절성을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행정청 내부에서의 제도화입니다. 통역 제공이 단순한 권고사항이 아니라 청문 매뉴얼이나 내부 규정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일정한 인력풀을 확보하고, 예산과 시스템을 정비함으로써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청문에서의 통역 제공은 단순한 편의가 아닌, 헌법상 적법절차 보장의 핵심 요소입니다. 특히 외국인이나 취약계층에게 청문 참여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통역의 사전 준비, 품질 확보, 제도적 정착이 필수입니다. 통역이 제대로 제공될 때, 행정은 진정으로 공정하고 신뢰받는 절차로 작동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