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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 장소의 선정

by rion2025 2025. 7. 14.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불리한 처분을 하기 전 의견을 듣는 청문 절차는, 법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때 ‘어디서 청문을 개최하느냐’는 단순한 장소 문제가 아닌, 당사자의 권리 보장과 행정의 신뢰성을 좌우하는 요소입니다. 이 글에서는 청문 장소 선정의 법적 기준, 공정성과 접근성 보장 필요성, 그리고 장소 변경이 필요한 상황과 절차에 대해 다룹니다.

청문 장소 선정의 법적 기준과 행정청의 재량

행정절차법 제27조는 청문을 실시할 때 당사자에게 진술 기회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장소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청문 장소의 결정은 행정청의 재량에 맡겨져 있지만, 이 재량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신의칙에 따라 행사되어야 합니다.

청문 장소는 당사자가 참석하기에 물리적·경제적으로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며,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참석이 가능한 장소여야 합니다. 만약 청문 장소가 지나치게 원거리이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라면, 당사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어렵게 만들어 절차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수도권 거주자를 대상으로 지방의 외진 장소에서 청문을 개최할 경우, 참석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진술권이 침해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청문 장소가 “불합리하게 당사자의 참여를 제한했다”고 보고, 절차상 하자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청문 장소는 통상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선정되어야 합니다.
- 관할 행정기관 소재지 또는 분소
- 당사자가 주로 활동하거나 거주하는 지역
- 교통 접근성이 좋은 공공건물 또는 회의시설
- 장애인,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가능한 장소

이러한 기준은 단지 편의를 넘어서, 행정절차의 실효성과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청문 장소와 절차 공정성의 관계

청문 장소의 선정은 청문 자체의 공정성 확보와 직결됩니다. 청문은 당사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진술하고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자리이므로, 심리적 안정과 물리적 접근이 모두 가능한 환경이어야 합니다. 만약 장소가 협소하거나 방음이 되지 않는 환경, 외부 방해가 많은 공간이라면 당사자의 진술 자유는 침해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장소의 객관성과 중립성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행정청 내부 회의실 등 특정한 기관의 권위를 지나치게 드러내는 장소는, 당사자에게 위축감을 주거나 심리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판례에서는 "장소의 분위기나 구성이 당사자의 자유로운 발언을 위축시키는 경우, 절차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해쳤다"고 보아 위법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공정한 청문을 위해 장소 선정 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외부 간섭 없이 독립된 공간 확보
- 충분한 좌석과 음향 시스템 등 청문 진행에 필요한 설비
- 방청인 또는 이해관계인의 출입 허용 여부와 질서 유지 방안
- 녹음 및 기록이 가능한 구조와 기술 지원

청문이 실질적인 권리 구제 수단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장소 선정 단계부터 이러한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며, 이는 행정청이 스스로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장소 변경 요청과 그 정당성 판단

청문 장소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당사자는 장소 변경을 요청할 수 있으며, 행정청은 그 요청을 성실히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판단 기준은 “장소 변경이 절차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요청이었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고령의 청문 대상자가 청문 장소까지 장거리 이동이 어렵다는 이유로 가까운 지역으로 변경을 요청했다면, 이는 단순한 편의 요구가 아니라 실질적 참여 보장을 위한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장소 변경 요청이 반복적이거나 청문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라면, 행정청은 이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소 변경과 관련하여 행정청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강구할 수 있습니다:
- 영상회의 또는 온라인 청문 방식 도입
- 출장 청문 또는 출장 조사 방식 채택
- 복수의 장소에서 동시에 청문을 병행하는 방식(분산 청문)

특히 최근 비대면 기술이 발달하면서, 물리적 장소가 문제가 될 경우 영상회의 방식으로 대체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는 장소 문제로 인해 당사자의 진술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영상청문도 원칙과 절차가 정립되어 있어야 하며, 기술적 오류, 녹화 불가, 인증 불확실성 등의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절차의 신뢰도를 해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청문 장소의 선정은 단순한 행정편의가 아니라, 당사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접근성, 중립성, 공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소 선정이 이뤄질 때, 청문은 행정권의 남용을 방지하고 시민의 권익을 지키는 실질적 제도로 작동하게 됩니다. 향후 청문 제도 운영 시, 장소 선정에 대한 세부 지침과 실무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