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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 통역 제공의 법적 근거 정리 (행정절차법, 권리보호, 규정)

by rion2025 2025. 8. 1.

청문은 국민의 권리나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을 앞두고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는 핵심 절차입니다. 그런데 외국인이나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경우, 적절한 통역 제공 없이는 실질적인 청문권이 보장되기 어렵습니다. 본 글에서는 청문 절차에서 통역 제공의 필요성과 그 법적 근거, 권리 보호 측면에서의 중요성, 그리고 실무 규정과 판례를 바탕으로 한 통역 제공 기준을 정리합니다.

행정절차법상 통역 제공의 법적 근거

현행 행정절차법에는 청문 절차에서 반드시 통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조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행정절차법 제27조(청문의 실시)는 청문이 불이익 처분을 받게 되는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당사자가 실질적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진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행정기관의 의무로 해석됩니다. 또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제12조의 적법절차 원칙, 제21조의 표현의 자유 등을 고려할 때, 언어적 장벽으로 인해 당사자가 청문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중대한 권리 침해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지자체나 행정기관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청문 시 자체적인 통역 지원 지침을 운영하거나,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 통역인을 섭외하여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판례 또한 이러한 해석을 지지합니다. 예컨대 A지방노동청의 외국인 근로자 퇴거 명령 관련 청문에서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던 사례에서, 법원은 해당 처분이 "절차적 하자가 있는 위법한 처분"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통역 제공의 법적 의무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청문 절차에서 통역 제공은 명문 규정은 없지만, 헌법 원칙과 판례, 행정절차의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의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역이 없을 경우 당사자의 방어권은 사실상 무력화되며, 청문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권리보호 관점에서 본 통역 제공의 필요성

청문에서 통역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 당사자는 청문의 목적과 내용, 권리 행사 방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행정처분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방어권과 절차적 기본권의 침해입니다. 특히 언어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은 사전통지서나 청문기일 안내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하더라도 핵심 쟁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결과적으로 청문이라는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해당 처분에 대한 정당성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행정청의 입장에서도 향후 행정소송이나 이의신청 등에서 절차적 하자 논란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소송에서 통역 미제공은 행정처분의 무효 또는 취소 사유로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제인권규범인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4조는 "피고인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규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외국인의 행정절차 참여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할 국제적 의무가 있습니다. 권리보호의 관점에서 통역은 단지 편의를 위한 보조 수단이 아닌, 절차의 공정성과 참여권 보장을 위한 핵심 요소입니다. 특히 외국인, 난민, 이주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행정기관은 이러한 관점에서 통역 제공을 권장사항이 아닌 의무적 절차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문 통역 제공의 실무 규정과 운영 실태

실제 현장에서는 일부 중앙행정기관이나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청문 절차에 통역 제공을 위한 내부 지침이나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은 외국인 대상 청문 시 전문 통역인 섭외, 다국어 안내문 제공, 통역 비용의 기관 부담 등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외국인 주민센터와 협력하여 통역 자원을 확보하거나 통역지원 연계를 시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은 아직까지 제도화되지 않은 자율적 조치에 불과하며, 모든 행정청이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예산 부족, 통역인 인력 부족, 사전 준비 시간의 부족 등의 이유로 통역 제공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따라 청문에서의 통역 제공 여부는 기관과 담당자의 의지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실정입니다. 또한 통역 제공의 기준, 자격 요건, 비용 부담 주체 등에 대한 명확한 법령상의 근거가 미흡하여, 당사자와 행정청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통역사가 법률지식이 부족해 청문 절차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오역으로 인한 분쟁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통역 품질 관리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법 또는 하위 시행령에 통역 제공 의무를 명문화하고, 통역인의 자격 기준과 제공 절차, 비용 처리 방법 등에 대한 통일된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를 통해 국민 전체는 물론 외국인도 차별 없이 청문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청문 절차에서의 통역 제공은 실질적 권리 보장과 공정한 행정 실현을 위한 필수적 요소입니다. 비록 행정절차법에 명문화된 조항은 없지만, 헌법상 권리, 판례, 국제규범을 통해 그 필요성은 명백히 인정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청문 통역 제공을 자의적인 선택이 아닌 제도적 의무로 규정하고, 실무적 기준을 명확히 하여 누구나 동등하게 청문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행정은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며, 언어는 결코 권리의 장벽이 되어선 안 됩니다.